노동사연구소

한국연구재단 2010년 한국사회과학연구(SSK지원)

자료마당

DATABASE

연구원 연구보고

[ 세계화 시대의 산업구조 전환과 생활세계 ] SSK ADB Report

페이지 정보

작성자 노동사연구소 작성일14-04-23 15:25 조회544회 댓글0건

본문

연구팀:  세계화 시대의 산업구조 전환과 생활세계
연구책임자 : 이종구 (성공회대학교)

연수자:  정규식(성공회대 사회학과 박사수료)
소개 : 성공회대 사회학과 박사수료, 현재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中国社会科学院亚洲太平洋研究所)에 연수중이다.

  ‘중국의 세계경제로의 편입’으로 인해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 사회 체제가 어떤 방향으로 변환될 것인가를 고찰할 필요성이 우리에게 점차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연수자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의 경제발전 전략과 그에 따른 노동정책의 변화, 그리고 노동자 의식 및 생활세계의 변화에 대한 조사연구를 주요 목적으로 하여 연수를 수행하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연수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서 조직·설계하여 격월로 진행해온 세미나의 연구 성과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세미나는 본 연수자가 속한 연수기관의 지도교수와 박사과정 학생들 3, 4명이 함께 진행했으며, 대략적인 연구주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이 채택한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및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전략이 중국경제를 어떻게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로 조형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친자본적 노동정책, 즉 대규모의 저렴한 노동력, 용이한 착취구조, 노동조합의 무기력화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또한 개혁개방 이후 노동정책의 변화에 따른 중국 노동자의 의식변화를 현재 부각되고 있는 노동문제 및 노동쟁의를 중심으로 이해해 보고자 시도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해 관련 문헌이나 연구자료,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선정해서 토론 및 발표를 진행했다.

  우선 우리는 저임금을 향한 자본의 초이동성과 생산조직 및 노동과정의 ‘포스트포드주의적’ 전환으로 인해 이른바 ‘노동의 종말’ 혹은 ‘노동운동의 위기’가 도래했다는 주장들에 대해 “자본이 가는 곳에 갈등이 따라 간다”는 테제를 중심으로 반박하고 있는 실버(Beverly J. Silver) 등의 세계체계 분석의 시각에서 노동운동과 세계경제의 상호연관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들에 주목했다. 그들의 중심 주장은 저렴하고 규율 잡힌 저임금 노동이라는 신기루를 찾아 전세계를 떠돌던 대량생산 자본은 결국 새로운 장소에서도 전투적 노동운동을 계속 재창출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예상대로 최근 산업화와 프롤레타리아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중국에서 강력한 전투적 노동운동이 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우리는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새롭게 탄생한 노동계급이 중국에서 강력한 노동운동을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의 개선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확산 및 사회정치적 변화를 뒷받침할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현재 중국에서는 일정하게 노동의 허구적 상품화와 사회의 자기방어 운동이라는 이중적 운동에 관계되는 폴라니식 노동소요와 수익성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역사적 자본주의의 재정립(공간·기술·조직·제품·금융적 재정립)들이 새로운 노동계급을 형성하고 강화시킴에 따라 맑스식 노동소요가 발생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노동운동이 아직은 ‘정치적 운동’이나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팍스콘 노동자 연쇄 투신자살과 혼다자동차 파업에서 나타났듯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지난 30년 동안 중국 제조업의 기적을 만들어 냈던 온순하고 근면한 노동자들이 최근 들어 파업, 투신자살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노동분쟁의 주요쟁점은 주로 임금인상과 연장근로 축소 등 근로조건과 복지처우에 관련된 것이며, 고용관계의 불안정성, 국유기업 노동자 해고에 따른 경제적 보상금 문제 등이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신세대 노동자’들의 운동 사례들을 분석한 논문을 텍스트로 2차 세미나를 진행했다. 청화대 사회학과 박사 및 박사후 과정의 신진 연구자들인 저자(왕건화, 맹천)들은 최근 일어난 신세대 농민공들의 항쟁모델 3가지를 분석함으로써, 부라보이(M. Burawoy)의 ‘생산정치’개념을 비판적으로 보완하여 이를 ‘생활정치’라는 개념과 결합하여 ‘생산체제’ 그 자체의 규제와 작용 이외에 신세대 농민공의 독특한 생활경험과 사회적 특징이 서로 다른 생산체제에 대한 체험을 재구조화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시도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생산체제와의 결합 과정에서 독특한 생활형태와 연대 및 동원의 방식이 형성되었으며, 이렇게 형성된 사회적 관계와 체험이 다시 세 가지 항쟁모델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여기서 분석된 사례들은 난하이 혼다자동차, 심천시 옴론 전자부품회사, 타이위안시 팍스콘 공장으로 저자들은 이들을 각각 준(准)전제체제, 전제체제, 그리고 준군사화전제체제로 분류한다. 그리고 다시 이러한 ‘생산체제’적 특징과 그들 공장 노동자들의 ‘생활체험’이 결합되어 각각 동료-동학(同事-同學) 관계에 기초한 성장형(增长型) 항쟁, 원자화의 한계 / 성장형 항쟁, 군체성 소란(騷亂)이라는 항쟁모델을 초래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각각의 항쟁모델은 모두 ‘세계공장’(전 세계에 대량의 상품을 생산하고 가공하여 수출하는 중국을 비유함)에 대한 독특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모델들이 어떤 형태로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들의 이러한 시도는 부라보이의 ‘생산의 정치’ 개념에 대한 대응으로서 지나치게 혹은 기계적으로 ‘생활정치’ 개념을 적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자아낸다. 특히 팍스콘 공장의 사례를 단순한 군체성 소란으로 파악하는 저자들의 입장은 이후에 전개되고 있는 노동운동의 제도화과정이나 변화, 발전과정을 제대로 포착하기 어렵게 한다.

  3차 세미나는 북경대 사회학과 교수인 류아이위(劉愛玉)의 도시화 과정에서의 농민공 문제를 다룬 논문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통계에 의하면 2009년까지 중국 도시인구는 6억 2,186만 명(총인구의 47.6%)으로 특히 1979~2009년까지 31년간 도시화률은 연평균 0.89%씩 증가했다. 그러나 필자는 현재 중국의 도시화는 겉모습만 그럴듯할 뿐이지, 실제 도시화 수준은 도시인구 비율이 보여주는 것만큼 높지 않다고 진단한다. 왜냐하면 도시화 주체로서의 ‘시민’이라고 부를 수 없는 대규모의 농민공 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시인구는 조사 지구에 반년 이상 거주하는 유동인구, 즉 농민공을 포함하는데 2009년 현재 전체 농민공은 약 2억 2,600만 명에 달한다. 중국 내의 많은 학자들이 이미 농민공 신분의 이중성, 주변성, 모순성에 대해 주목하고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에서 노동하는 농민공은 시민 혹은 공민 신분을 갖춘 존재로 간주되지 않기에 제도적으로 기본적 권익을 보장받지 못한다. 비정규 취업에 따른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 및 높은 노동강도에 놓여 있으며, 사회보장의 제한성과 불평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농민공 사회보장에서 나타나는 주요 문제는 보험가입률이 낮고, 보장수준이 높지 않으며, 산재 의료보험이 심각하게 결핍되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실업보험이 거의 없고, 양로보험은 동일직장 근무년한 제한(15년)으로 인해 가입의 문턱이 높아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또한 농민공은 기본적으로 도시에서의 사회생활과 정치과정에서 배제되어 있으며, 노동조합을 통한 이익 추구 역시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도시 주택 계획에서도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주거양식은 주로 도시 내외부에 집단거주촌을 형성하거나 공장 기숙사 혹은 공사현장 가건물의 형태로 되어 있다.

  필자는 이러한 농민공의 문제는 개혁개방 이후의 국가발전전략과 제도적 배치, 구조적 압력의 상호작용과 연관된 것임을 지적한다. 즉 지난 30년간 중국의 국가발전 전략과 이에 상응하는 제도적 배치의 변화를 보면 농민공의 도시화 과정, 지위, 경로배치 등에 대한 총체적이고 전체적인 계획과 포석이 결핍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농민공은 줄곧 시장경제 발전에 필요한 노동력일 뿐 시민화가 필요한 공민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저렴한 노동력이 요구될 때는 규제를 풀어 농촌 노동력의 도시진입을 유도했으며, 다시 해당 도시의 경제가 구조조정으로 실업인원이 증가하면 농촌 노동력의 도시진입 속도와 이들이 종사하는 산업, 직업, 노동의 종류에 대해 제한을 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민공의 문제는 국가발전 전략, 제도적 배치와 구조적 압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한편 신세대 농민공들의 출현과 함께 이러한 도시-농민 이원적 고용체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으로 2008년부터 <노동계약법>을 시행해 적어도 법률상으로는 이러한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있어왔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인한 기업의 인력수요 감소와 <노동계약법>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전략으로 또 다른 형태의 불안정 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 파견노동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 4차 세미나에서는 개혁개방 이후 새로운 계층의 출현과 새로운 사회운동의 출현에 대한 열린 토론을 진행했다. 먼저 새로운 계층으로는 권력귀족 자본계층, 사영기업주 계층, 하강 노동자 집단(국유기업 개혁과정에서 신분상 공장 단위에 속해 있지만 일자리에서는 면직된 생태의 노동자로 사실상의 ‘실업노동자’), 농민공 계층이 이야기 되었다. 개혁개방의 과정에서 공산당 일당의 통제 하에 정치체제의 개혁은 방치한 채 경제 편향적 개방만이 진행되었고, 권위적 정치체제와 결탁된 ‘시장경제’가 권력귀족 시장경제를 낳았으며 이에 따라 권력귀족 자본계층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1988년 사영기업이 ‘사회주의 공유제 경제의 보충’으로서 공개적으로 존재하고 발전하는 합법적 권리를 얻으면서 신흥 사영기업주 계층이 등장한다. 그런데 사영기업가의 대부분이 국가 간부나 그들의 자제들이었으며, 이는 다시 당내 권력귀족 자본계층과의 결탁으로 이어졌으며, 권력과 재력의 세습이라는 문제를 낳고 있다. 또한 1990년대의 국유기업 개혁과 향진기업 개혁으로 인해 하강 노동자 집단이 출현했다. 즉 개혁의 이익이 권력귀족 자본계층에게만 집중되고, 개혁의 위험과 대가는 오로지 노동자에게만 전가된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사회의 급속한 양극화가 초래되었고, 노동자 계급의 지위가 신속하게 주변화 되기 시작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하강 노동자 집단과 농민공의 계층적 지위 역시 ‘세습’된다는 것으로, 중국사회의 계층 이동이 패쇄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러한 극심한 양극화는 날로 격해지는 계층 모순과 충돌을 야기하며, 통치 합법성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들도 출현하고 있다. 먼저 하강노동자, 농민공, 도시빈민 등이 주체가 된 권리수호 형태의 운동들이 있다. 통계에 의하면 이들이 일으킨 집단적 사건이 이미 2007년에 8만 건을 넘었고,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앞서 본 신세대 농민공들의 항쟁사례도 이러한 운동 형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 중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노동쟁의 안건 중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의미를 갖는 통계자료는 3인 이상이 참여한 ‘집단적 노동쟁의’인데, 1997년 967건이던 것이 2007년에는 19,241건, 2008년에는 22,000건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중국에서 유일하게 승인된 전국노동조합조직인 중화전국총공회가 기업의 사용자들과 밀착되어 있거나 사용자들이 통제하는 조직으로 전락한 것을 비판하며, 현장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독립노동조합결성’을 촉구하는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민간의 요구를 표현하고 역량을 동원할 새로운 공간과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으며, 비정부조직 이른바 ‘NGO' 조직의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간 운동들은 일정한 한계를 보이기도 하는데 특히 일종의 ’비정치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권리보호는 경제적 범위에만 제한되고, NGO는 주로 사회봉사에 집중되며, 인터넷을 통한 감시운동 역시 중앙을 건드리지는 않고 지방의 개별 부문과 관료에만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한계는 이러한 운동들이 쉽게 포퓰리즘적 사조와 연결되어 모택동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점이다. 또한 ’중국의 굴기‘라는 미명하에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나아가 새로운 중화중심주의에 동원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상 네 차례의 세미나를 통해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의 경제발전 전략과 그에 따른 노동정책의 변화, 그리고 노동자 의식 및 생활세계의 변화를 개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새롭게 변화된 계층구조와 사회운동들을 검토함으로써 중국사회가 당면한 사회문제들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후의 세미나에서는 노동자 집단의 의식과 행동을 규정하는 중요한 배경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노동관련 법제들의 특징과 영향들을 검토해 볼 예정이다. 또한 중국정부와 관방 공회(공식 노동조합)의 통제와 법제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립적인 노동자 조직의 활동들에 대해서도 살펴 볼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노동운동이 임금인상과 작업조건의 개선이라는 요구를 넘어 사회정치적 운동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새로운 국제 노동분업 체계의 형성 및 지구적인 노동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