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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focus> 하이디스테크놀로지, 해외 먹튀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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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동사연구소 작성일15-05-14 21:39 조회2,0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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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focus>
하이디스테크놀로지, 해외 먹튀 논란 재점화
공장폐쇄와 정리해고, 인수합병 통한 핵심기술 유출문제 심각
정규식(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경기도 이천에 있는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생산업체 하이디스의 공장폐쇄 및 정리해고 문제가 제2의 쌍용차 사태로 확산되면서 해외자본의 ‘먹튀’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하이디스는 광시야각기술(FFS)을 보유한 LCD제조업체로 지난 2002년 정부 주도로 중국 BOE(비오이) 그룹에 매각됐다가 2007년 11월에 대만 E-INK(이 잉크) 회사로 다시 매각되었다. 두 번의 매각과 법정관리 등을 거치며 2000명에 달하던 하이디스의 직원은 377명으로 줄었으며, 또 다시 지난 3월 31일 경영난을 이유로 335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및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소속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경기지부 회원 등 100여 명의 노동자들은 하이디스의 공장폐쇄 및 정리해고 방침을 특허기술만 먹고 튀는 전형적인 ‘먹튀행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두 차례나 대만원정 투쟁을 전개했으며, 하이디스 대주주인 이잉크사의 모기업 YFY(永豐, 영풍)그룹 측에 공장폐쇄 및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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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대만 원정투쟁 모습(출처: 대만의 진보적 미디어 운동매체인 苦勞網)  

한편 하이디스는 지난 한 해에만 1000억 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으며, 2024년까지 창출할 광시야각(FFS) 기술의 특허권 수익만도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이잉크가 하이디스를 인수할 당시 노동조합과 했던 ‘광시야각시술 특허 판매 불가’라는 약속을 무시한 처사로 현재 하이디스의 광시야각기술(FFS) 원천기술은 Sharp, AOU, CMI, BOE 등 삼성과 LG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세계 LCD 업체에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상목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장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계 비오이가 하이디스를 인수한 뒤 특허기술을 빼가고 ‘먹튀’했다. 그리고 이후 회사를 인수한 대만계 이잉크 현 경영진 역시 생산 투자를 하지 않고 특허와 기술, 자산을 빼가더니 회사의 껍데기만 남긴 채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쌍용차와 비슷한 양상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이잉크 측이 설비에 투자한 돈은 약 400억 원에 불과하다. 매출액 대비 설비 투자 비율이 2% 수준에 불과했다. 2012~2013년에는 이 비율이 더 떨어졌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2~2013년 하이디스의 설비 투자액은 28억 원이며 매출액 대비 설비 투자 비율은 0.4%에 그쳤다. 이는 동종 기업인 LG디스플레이(13.0%)의 1/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잉크 측은 생산 물량 중 상당량을 대만의 자회사로 외주화하고, 하이디스가 보유한 광시야각(FFS) 원천 기술을 협력 업체들이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하이디스 지회는 회사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없고 회사의 해고회피 노력이 부족했으며, 회사가 정리해고 과정에서 단체협약이 정한 절차를 위반했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특히 하이디스지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대리하고 있는 정명아 노무사는 “회사측에서 정리해고 정당성의 근거로 제시하는 생산부문 적자는 ‘대주주 이잉크’가 특허기술료 수익에만 눈이 멀어 의도적으로 생산투자를 기피했기 때문”이라며 “전체 수익의 극히 일부만 투자해도 생산부문 경영 정상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기존 계약에 따른 생산물량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한 점도 해고 위법성의 근거로 보고 있다. 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위험이 있음에도 “남은 주문량을 일단 생산하고 보자”는 지회의 제안까지도 거부했고 회사가 ‘타 법인에 출자한 주식을 매각할 경우’ 매각대금을 회사 경영정상화에 사용토록 돼 있는 2008년 노사합의를 어기고 시설투자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기피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회사의 행태에 대해 정 노무사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는 회사의 태도로 도저히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회피 노력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한편 하이디스 사태는 해외자본에 의한 국가 핵심기술의 유출이라는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정부에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외국인투자 촉진법」 등을 개정해 외국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 시 철저한 관리 및 감독의 시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 민생실천위원회도 “국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해 기술과 이익만 챙기고 도망치듯 회사를 정리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하며,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공장폐쇄와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회사 측에 촉구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2차 대만원정 투쟁 당시 하이디스 노동조합 간부 및 금속노조 간부와 면담을 했던 대만 타이베이시 노동청의 뢰향영(賴香伶) 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YFY(永豐) 그룹의 허수천(何壽川) 회장은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라는 관점에서 반드시 직접 하이디스 공장폐쇄 문제의 해결에 나서야하며, 한국 국내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처리하여, 대만 기업의 국제적 이미지에 영향이 없도록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회사 측은 여전히 공장폐쇄와 정리해고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5월 3일 공고문을 통해 “회사의 입장은 확고하며 다시는 공장을 재가동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고, “지금은 회사가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으나 이 또한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으며, 조합원의 위법행위가 계속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명시했다. 또한 4차 희망퇴직을 종용하며, 3차 때보다 500만원 씩 더 주겠다는 회유책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하이디스 노조원들은 “이미 정리해고를 해놓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비정상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단 한명도 이에 응하지 않고 투쟁을 결의했다”며, 이후 3차 대만원정 투쟁 등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하이디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국가의 핵심기술 유출이라는 문제를 장부 및 관련부처가 어떻게 관리하고 시정해 나갈 것인지의 문제도 핵심관건이다.

*추기(追記)
지난 5월 11일, 금속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의 전 지회장이었던 배재형(44)씨의 사망소식을 접했다. 지회의 또 다른 간부에 의하면 배씨는 실종되기 전인 5월 4일에도 하이디스 사장을 만나 하이디스 사태의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또한 지회에 따르면 배씨는 해고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만 원정투쟁에 참여하는 등 동료 노동자들의 해고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고 한다. 동료들과 함께 일했던 공장의 폐쇄와 정리해고, 그리고 회사 측의 손해배상청구 협박 등으로 괴로워했던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자살이었다. 함께 살기위한 노동자들의 몸부림이 죽음으로 뒤바뀌는 역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조탄압과 해고, 비정규직 신분에 대한 비관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만 이미 20명 이상이라고 한다. 자본의 노동탄압과 정부의 공조, 그리고 사회의 방조 속에서 그렇게 노동자는 ‘살기위해’ 죽어나간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은 이제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앞으로 하이디스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특히 사회적 고립 속에서 노동자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관심과 연대가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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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난 2월 대만 원정 투쟁 중, 거리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 고 배재형씨의 모습(출처: 하이디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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