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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고대란' 타령은 거짓말…"기자들아 법부터 읽어보자" /신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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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동사연구소 작성일15-02-23 11:29 조회5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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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고대란'은 불가피한가? / (2009년 7월 2일 [프레시안])

 

신 원 철 (부산대 사회학)

  
 
비정규직법의 개정에 정치권이 합의를 보지 못하자, 한나라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법개정안을 단독으로 상정하였다. 많은 언론에서 7월 1일자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연을 보도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해고대란이 우려되었음에도 개정안을 도출하지 못한 정치권의 무능과 직무유기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한국토지공사는 7월 1일자로 비정규직 직원 145명을 해고하였는데,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는 "현행 법으로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계약을 끝내야 되는데 토지공사의 경우 현실적으로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하기가 힘들다"면서 "불가피하게 법에 따라 계약이 끝났음을 통보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농협중앙회 등 정부 산하기관에서도 계약 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많은 중소기업체에서는 추가 비용을 들여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보다는 해고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보도됐다.

 

과연 현행법 때문에 해고가 불가피한가? 위의 보도에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인 '기업'과 '사용자'의 책임을 묻는 시각이 결여되어 있고, 또 중요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상당수 보도에서 사용자는 비정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고 싶은데 현재의 법이 사용 기간을 제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고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된 것처럼 묘사된다. 현행법이 2년 이상 된 비정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고 있는데,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을 기업이 감당할 수 없고, 따라서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러한 해석은 기업주 측의 책임을 은폐하는 효과를 낳고 있고, 또 현행법을 유예하거나 사용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 조·중·동이 앞장서 유포하는 '해고대한'은 진실인가? 현행 비정규직법을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프레시안

 

 

하지만, 비정규 근로자를 사용자가 2년 이상 계속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추가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현행법상 사용자는 사용 기간이 2년이 넘은 비정규 근로자(기간제 근로자)와 계약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연장한 계약의 기간이 종료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점만이 달라질 뿐이다.

 

현행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1, 2항). 이 조항의 취지는 사용자가 2년 이상 근로자를 장기 고용하면서 단기 계약직 근로자를 반복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근로자의 고용과 생활이 불안정해지고, 근로자의 지위가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에서 말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곧 '정규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단시간 근로자를 계약직으로 2년 넘게 고용한다고 해서 그가 풀타임 정규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사용자가 2007년 7월 1일에 기간제 근로자 갑을 고용하여 2009년 7월 1일 이후에도 계속 고용한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하는가? 사용자가 형사처벌을 받는가? 아니다. 근로자 갑의 근로 조건을 '정규직' 근로자 을의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근로기준법상의 균등 조항이나 차별 시정 제도는 현재 개정의 초점이 된 사용 기간을 제한한 조항과는 관련이 없다. 그러면 사용자는 이제 경영 형편이 어려워져도 근로자 갑을 해고할 수도 없게 된 것인가? 물론 아니다. 다만 이제 사용자가 근로자 갑을 해고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용자가 2년이상 기간제 근로자로 갑을 고용하였을 경우 갑은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본다'고 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업주들이 이 정도의 제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래서 3년, 4년 이상 지속되는 업무에 근로자를 고용하면서도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 사용을 고수하려고 한다는 점,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사용자들이 비정규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선 사용 기간이 2년이 넘게 되는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모색할 일이다. 그럴 형편이 못 된다면 기존의 근로 조건대로 계약을 연장하면 된다. 다만, 이제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함부로 해고할 수는 없게 된다는 제약은 감수해야 한다.

바로 이점이 사용 기간을 제한하는 조항의 입법 취지이고, 바람직한 고용관계의 기본 규범임을 사용자에게 계도하는 일. 그것이 바로 노동부가 했어야 하지만, 하지 않았던 일이다.  

 

신원철 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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