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 경제난과 사회적 낭비 / 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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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동사연구소 작성일13-06-01 15:37 조회2,4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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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칼럼>경제난과 사회적 낭비(2004년 10월 14일 [내일신문])
이 종 구 성공회대학 교수·사회학
현재 한국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다. 더구나 여당, 야당, 시민단체, 노조, 재계, 언론과 같은 주체들이 내리는 진단과 처방이 여러 가지이므로 시민들이 갈피를 잡을 수 없다.지금은 사정이 어렵더라도 미래가 예측되면 각자가 생활을 설계할 수 있으므로 불안감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한국이 1990년대의 일본과 같이 장기 복합 불황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쟁도 시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정부 여당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강남 아파트값이 올라 부동산에 거품이 끼긴 했지만 아직 1980년대 후반의 일본만큼 심하지는 않으니 큰 일은 아니고 오히려 부동자금을 활용하기 위해 기업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정책당국의 주장이다. 이 논쟁의 허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잃어버린 90년대’라는 말이 나온 배경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대출금을 갚느니 차라리 압류를 당하는 편이 낫다고 배짱을 부리는 통에 금융기관까지 망가졌다는 것은 표면에 드러난 상황에 불과하다.
일본의 ‘잃어버린 90년대’ 배경
세계의 정치인과 경영자들이 일본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비결을 배우자고 나서던 1980년대에도 이미 냉정한 시각을 가진 논객들은 구조적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곧 막다른 골목에 몰려 큰 일이 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고의 핵심적 내용을 살펴보면 무역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부가 시민의 생활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데 쓰이지 않고, 부동산으로 몰리면 분배구조가 악화되고 근로 의욕과 질서의식이 저하된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는 지식인까지 ‘마이홈’을 장만하려는 샐러리맨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의 목표가 사라지면 사회적 통합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으므로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택지해방’이라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권으로 결합된 정치인, 관료, 기업의 유착구조가 워낙 강고해 실질적인 개혁이 추진될 수 없었다 .
철의 삼각형이라고 부르는 정관재 유착은 예산을 엉뚱한 곳에 쏟아 붓는 사회적 낭비를 가져 왔다. 어선이 없는 어업용 부두,안개 끼는 곳에 만든 활주로, 늘어만 가는 고속 전철 정차역, 지방 활성화를 명분으로 곳곳에 조성한 골프장과 스키장 등이 재원을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 일본이라도 이권과 정치자금을 교환하는 보수 정당의 장기 집권 때문에 골병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정치적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시민사회적 대항 권력이 취약했다. 즉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부터 장기적 국가 이익에 대한 사명감도 없고 눈앞의 작은 이익이나 여론조사에 반영되는 단기적 인기에 매달리는 정치 지도자들이 부강한 나라를 순식간에 망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유력지에는 수문을 개방해 맑아진 시화호에 숭어떼가 노니는 화보와 함께 자연의 환경 복원력에 감탄하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그러나 필요가 없어진 제방을 축조하느라고 수질 개선을 하느라고 낭비된 7500억원의 예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더욱 심각한 사태는 시화호의 사례를 보면서도 정부는 새만금에서 동일한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으며 이를 바로 잡겠다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국제선이 취항하지 않는 국제공항을 건설한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도 없다. 고교 졸업생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많아진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여전히 책임자로 남아 있으면서 이번에는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이러한 낭비를 하면서 경제난이 발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것은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욕먹는’ 소신형 지도자 필요
오늘도 언론의 지면은 일부 명문대의 고교 차등 평가를 둘러싼 논쟁으로 뒤덮여 있다. 교육부가 수능 성적이 미치는 영향을 희석시키라는 정책을 펴고 있었으니 주거지에 가산점을 주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명문 대학 졸업장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가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바꾸어도 소용이 없는 일이고 지방에 좋은 대학을 육성하여 수도권의 소수 명문대로 집중되는 지원자를 분산시키는 정책을 써야 한다.
사회적 낭비를 없애는 일은 인기도 없고 고통스럽다. 한국이 경제난에서 벗어나려면 방향 감각을 가지고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하는 소신형 지도자가 필요하다. 민주화 운동 경력과 합리적 정책 형성 능력을 결합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이 아쉽다.
이 종 구 성공회대학 교수·사회학
현재 한국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다. 더구나 여당, 야당, 시민단체, 노조, 재계, 언론과 같은 주체들이 내리는 진단과 처방이 여러 가지이므로 시민들이 갈피를 잡을 수 없다.지금은 사정이 어렵더라도 미래가 예측되면 각자가 생활을 설계할 수 있으므로 불안감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한국이 1990년대의 일본과 같이 장기 복합 불황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쟁도 시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정부 여당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강남 아파트값이 올라 부동산에 거품이 끼긴 했지만 아직 1980년대 후반의 일본만큼 심하지는 않으니 큰 일은 아니고 오히려 부동자금을 활용하기 위해 기업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정책당국의 주장이다. 이 논쟁의 허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잃어버린 90년대’라는 말이 나온 배경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대출금을 갚느니 차라리 압류를 당하는 편이 낫다고 배짱을 부리는 통에 금융기관까지 망가졌다는 것은 표면에 드러난 상황에 불과하다.
일본의 ‘잃어버린 90년대’ 배경
세계의 정치인과 경영자들이 일본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비결을 배우자고 나서던 1980년대에도 이미 냉정한 시각을 가진 논객들은 구조적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곧 막다른 골목에 몰려 큰 일이 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고의 핵심적 내용을 살펴보면 무역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부가 시민의 생활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데 쓰이지 않고, 부동산으로 몰리면 분배구조가 악화되고 근로 의욕과 질서의식이 저하된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는 지식인까지 ‘마이홈’을 장만하려는 샐러리맨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의 목표가 사라지면 사회적 통합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으므로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택지해방’이라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권으로 결합된 정치인, 관료, 기업의 유착구조가 워낙 강고해 실질적인 개혁이 추진될 수 없었다 .
철의 삼각형이라고 부르는 정관재 유착은 예산을 엉뚱한 곳에 쏟아 붓는 사회적 낭비를 가져 왔다. 어선이 없는 어업용 부두,안개 끼는 곳에 만든 활주로, 늘어만 가는 고속 전철 정차역, 지방 활성화를 명분으로 곳곳에 조성한 골프장과 스키장 등이 재원을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 일본이라도 이권과 정치자금을 교환하는 보수 정당의 장기 집권 때문에 골병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정치적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시민사회적 대항 권력이 취약했다. 즉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부터 장기적 국가 이익에 대한 사명감도 없고 눈앞의 작은 이익이나 여론조사에 반영되는 단기적 인기에 매달리는 정치 지도자들이 부강한 나라를 순식간에 망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유력지에는 수문을 개방해 맑아진 시화호에 숭어떼가 노니는 화보와 함께 자연의 환경 복원력에 감탄하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그러나 필요가 없어진 제방을 축조하느라고 수질 개선을 하느라고 낭비된 7500억원의 예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더욱 심각한 사태는 시화호의 사례를 보면서도 정부는 새만금에서 동일한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으며 이를 바로 잡겠다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국제선이 취항하지 않는 국제공항을 건설한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도 없다. 고교 졸업생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많아진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여전히 책임자로 남아 있으면서 이번에는 대학 구조조정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이러한 낭비를 하면서 경제난이 발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것은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욕먹는’ 소신형 지도자 필요
오늘도 언론의 지면은 일부 명문대의 고교 차등 평가를 둘러싼 논쟁으로 뒤덮여 있다. 교육부가 수능 성적이 미치는 영향을 희석시키라는 정책을 펴고 있었으니 주거지에 가산점을 주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명문 대학 졸업장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가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바꾸어도 소용이 없는 일이고 지방에 좋은 대학을 육성하여 수도권의 소수 명문대로 집중되는 지원자를 분산시키는 정책을 써야 한다.
사회적 낭비를 없애는 일은 인기도 없고 고통스럽다. 한국이 경제난에서 벗어나려면 방향 감각을 가지고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하는 소신형 지도자가 필요하다. 민주화 운동 경력과 합리적 정책 형성 능력을 결합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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