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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칼럼> '좋은 마을' 만들기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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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동사연구소 작성일15-02-23 14:23 조회3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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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칼럼]‘좋은 마을’ 만들기 (2010년 2월 10일 [경향신문])

 

이 재 성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인천시의 도시재생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상수 시장은 ‘반대하는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결정사항도 없고 이후 계획도 불분명하다. 주민들은 당국의 태도변화를 환영하면서도 관료들의 비민주적 행태를 경계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긍정적인 기사를 내보낸 뒤에, 실제로는 기존 방침을 관철시켰던 기막힌 ‘꼼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의 정치인들은 여러 정책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지지하는 시민도 있고, 비판하는 시민도 있다. 그러나 정책이 주민의 의견을 포괄적으로 수렴하지 않고 성급히 시행된 점은 분명하다.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은 시민의 정치혐오와 불신, 무관심을 확대시킨다. 결국 소수 기득권층이 지방정치를 장악하게 된다.

票로 도시재생 재추진 막아야

그래서 시민참여를 제도화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시민참여가 막혀 있는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공공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행정손실, 예산낭비 등은 번번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는 ‘안상수 체제’에 대한 평가에서 더 나아가, 실질적인 지방 ‘자치’를 구현하고 일반 시민의 정책참여를 가능케 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들이 제시돼야 한다.

최근 주목을 받기 시작한 ‘마을만들기 조례’ 제정은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2007년 안산시는 민관이 협력하여 ‘안산시 좋은 마을만들기 조례’를 통과시키고 ‘좋은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를 설치하였다. 이를 통해 각 동별로 시민이 원하는 내용의 사업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시행될 수 있었다. 현재 전국에 마을만들기 조례가 제정된 곳은 모두 여덟 곳에 이른다.

특히 서울시 마포구의 ‘성미산 마을만들기’ 사례는 유명하다. 마을 뒷산에 배수지와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일방적 정책에 맞서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뭉쳤고, 수년 동안 노력 끝에 성미산을 지키고 ‘마을만들기’를 추진했다. 그들은 공동육아, 지역교육, 지역축제 등을 기획했고, 여러 개의 ‘공동체 기업’을 키워 경제적 성과도 냈다. 나아가 2006년에 이어 이번에도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해 ‘마포 풀뿌리 좋은 정치 네트워크’(가칭)를 만들었다.

‘마을만들기 조례’ 제정이 해답

마포구의 마을만들기 조례에 따르면 ‘마을’이란 일상적인 생활공간을 같이하는 공간적 개념과, 환경·문화 등을 공유하는 사회적 개념을 총칭한다. 또 ‘주민’이란 마포구에 주소를 가지거나, 구에 소재한 사업장 및 학교 등에 근무하거나 재학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관료의 책상 위가 아니라 ‘삶의 현장’으로부터 정책을 만든다면 지금 같은 혼선과 낭비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천시민이 주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면, 경제위기가 지나가고 선거가 끝난 뒤, 약간의 변형을 거친 도시재생사업이 재추진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영국 런던의 시장이었던 켄 리빙스톤은 “투표가 어떤 것을 변화시켰다면, 투표는 폐지됐을 것이다”고 했다. 제한된 후보들 중 한 명에게 표를 주는 현 선거제도만으로는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채울 수 없다. 인천시는 투표율이 매우 낮다. 선거 결과가 시민의 삶을 편안하게도, 반대로 힘겹게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에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까.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골목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찾고, 협력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로 시민의 역량이자 의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마을만들기 조례’ 제정을 공약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투표의 한계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마을만들기’를 통해서 지방자치를 정착시키고, 민관 협력의 전통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관료들은 ‘명령과 지시’에서 ‘경청과 지원’으로, 시민은 ‘무관심과 반대’에서 ‘참여와 창조’로 각각 태도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인천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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