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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칼럼> 꿈의 공장, 지옥의 공장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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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동사연구소 작성일15-02-23 14:15 조회3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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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칼럼> 꿈의 공장, 지옥의 공장 (2009년12월 22일, [경향신문])

 

 이 재 성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지난 12월10일 서울에서는 ‘세계인권선언 61주년 기념식’이 개최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찾기 공동행동’과 인권단체 연석회의 등 사회단체들은 보수화한 인권위를 비판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현병철 인권위 위원장에게 ‘인권추락상’을 수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동시에 인권 향상에 기여한 18개 단체를 선정하여 ‘인권의 맛을 돋운 소금들’이라는 이름으로 연대와 지지를 표현했다.

여기에 인천의 콜트, 대전의 콜텍 노동조합이 자랑스럽게 선정되었다. 이들에게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콜트와 콜텍은 실질적으로 하나의 회사로서, 박영호 사장이 소유권과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콜트’(CORT)는 이 회사가 생산하는 기타의 고유 국산 브랜드이기도 한데, ‘콜트 기타’는 세계 기타 시장의 30%를 점유할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았고, 유수의 명품 기타들이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박 사장은 공장을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세워 운영해 오다가, 2006년 콜텍 공장에 노조가 설립되자, 2007년부터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하였다. 이에 노조가 저항하자 콜텍 공장에 폐업을 단행했고, 나아가 2008년에는 콜트 공장(부평)까지도 폐업했다. 약 3년 동안 노조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그리고 서울행정고등법원 등에서 승소하였으나, 계속 항소하며 버티는 회사를 상대로 힘겨운 투쟁을 전개해 오고 있다.

대화 봉쇄 위장폐업한 콜트 콜텍

김성균 감독의 영화 <기타(其他)·Guitar) 이야기>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힘겹지만 당당한 ‘회사 정상화 투쟁’에 대한 기록이다.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인권영화제를 통해 상영된 이 영화는 기타를 연주하는 홍대 인디밴드 연주자들과, 기타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기타를 매개로 서로 삶을 이야기하고, 함께 투쟁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콜트악기는 폐업을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없는 상태다. 부채비율도 매우 낮고, 신용등급은 매우 높았다. 지난 10년 동안 단 한해만 적자를 보았을 뿐 전체적으로 약 878억 원의 흑자를 냈으며, 박 사장은 한국 120위의 부자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및 대전에서 열린 국감 등에서 박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그는 출석을 거부했다.

대화의 문을 닫은 박 사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노조의 투쟁 때문에 회사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노사관계가 문제의 본질임을 자신의 입으로 고백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회사가 29억 원 흑자를 8억 원 흑자로 속여 발표하는 등 노동자를 기만했고,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을 강요하면서도 대리급 이상 임원들은 300%의 임금인상을 실시하는 등 비윤리적인 경영을 했다며 증빙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박 사장은 80년대 말에 당시 악명을 떨쳤던 노조파괴 테러리스트 ‘제임스 리’를 고용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 투쟁은 고귀한 인권실천
 

박 사장은 노조가 없던 대전 콜텍 공장을 매우 좋아했고, 노동자들에게 ‘꿈의 공장’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한다. 하지만 임금수준과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했고 노동자들은 ‘지옥의 공장’이라고 불렀다. 그래도 노동자들은 번창하는 회사에 희망을 걸고, 기타를 만드는 숙련된 기술에 자부심을 가져 왔지만, 하루아침에 버림받는 신세가 되었다.

정부는 고용불안을 해결하겠다고 하고, 인천시는 악기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외치는 가운데 ‘위장 폐업’이 벌어지고,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며, 숙련 노동자들이 일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노동자들의 제 권리들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대다수 어려운 노동자들의 투쟁은 곧 인권을 지키기 위한 고귀한 실천이다. 그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없다면 우리 모두의 권리도 함께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 이욱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원 노동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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