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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화도진 공원과 '인천산선'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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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동사연구소 작성일15-02-23 14:12 조회2,2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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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화도진 공원과 '인천산선' / 이재성 (2009년 07월 24일 [경향신문])

 

이 재 성 (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

 

 

 

지금까지 인천시는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와 과오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오직 화려한 미래의 모습을 과장된 조감도에 담아 시민들에게 제공해 왔다. 그러나 강제 개항과 식민지 근대화, 개발독재 시기의 여러 잘못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억하지 못하면 부끄러운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곳이 화도진공원과 인천도시산업선교회다.

화도진공원 뒤편에는 아담한 크기의 ‘한미수호통상조약 100주년 기념비’가 있다. 서구 열강과 불평등조약을 체결해야 했던 역사를 아쉬워하는 마음으로 표현했다. 반면 자유공원에 있는 ‘한미수교 100주년기념탑’은 한국전쟁 이후 강화한 한미동맹의 정치적 성격을 강조한 거대한 작품이다. 자유공원과 화도진공원은 서로 느낌이 다르지만 한국의 ‘개항’과 근대사를 증언하는 중요한 공간인 것이다.

독재와 민주투쟁 역사 함께 망각

화도진공원 바로 아래에는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일꾼교회’와 ‘사회복지선교회’(옛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있다. 1961년 9월에 미국 감리교의 조지 오글 목사는 인천시 동구 화수동 183번지의 낡은 초가를 구입해 ‘인천산선’을 설립하고 조승혁, 조화순 등 한국인 목회자들과 함께 빈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조화순 목사가 인근 동일방직에 직접 취업해 노동을 배우고, 여성노동자들과 소모임을 하면서 한국 최초의 노동조합 여성지부장을 탄생시키게 된 사건은 유명하다. 동일방직 노동조합은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큰 발자취를 남겼고 이후 노동운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박정희 유신정권은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의 활동을 탄압했다. 조승혁, 조화순 목사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았고, 조지 오글 목사는 1975년 ‘인혁당재건위’ 사건과 관련해 서울 남산 안기부로 끌려가 17시간 동안 밤샘조사를 받았다. 그는 권력의 위협에도 독재정권의 ‘사법살인’에 의문을 제기하다가 결국 미국으로 추방되는 시련을 겪었다.

1980년대에도 인천산선은 김근태 등 유력한 민주화 운동가들을 배출하였고, 해고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의 중심이 되었다. 그 당시의 역사적 사료들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고 있다. 현재 이곳은 장애인 및 저소득층 자녀교육과 ‘푸드 뱅크’사업 등을 하는 사회복지선교회로서 자신의 소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역사가 점점 잊혀지고 있다. 독재의 역사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다 보니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역사마저 함께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역사문화벨트 살려낼 길 찾아야

부천에는 <대지>의 작가이면서 한국의 혼혈 아동을 위한 활동을 벌인 펄벅 여사를 기리는 다양한 활동이 추진돼 왔다. 기념관이 만들어지고 공공예술 프로젝트도 기획되었으며, 펄벅 거리와 문화마을 조성 등이 민관 협력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인천 동구 ‘화수동 183번지’는 시민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면서 힘겹게 운영되고 있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며 상식적으로도 해명되지 않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것은 비단 한 장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화수, 만석, 북성부두에서 동일방직으로, 다시 화도진공원과 인천산선에서 ‘수문통’을 지나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길은 정겨운 배다리와 우각로를 따라 고색창연한 창영·영화초등학교, 아름다운 감리교여선교사 사택을 지나 한국 최초의 철도기공지(도원역)까지 이어지는 문화의 길과 하나다.

이 길은 자유공원과 조계지 일대의 개항문화와 구별되는 인천의 인문학적 자산들을 연결하는 정신의 생명줄이며, 관광자원으로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 인천시와 시민사회는 이 역사문화벨트를 살려내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특히 시 관계자들이 인천의 역사와 문화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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