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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칼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과 진정한 한일관계의 개선 / 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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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동사연구소 작성일15-07-22 10:44 조회2,3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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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과 진정한 한일관계의 개선 - 2015.6.29. 내일신문 신문로칼럼

 

이종구(성공회대 사회과학부) 

 

6월 22일은 한일협정 조인 50주년이었다. 6·3 세대라는 말이 남아 있을 정도로  한일회담을 굴욕외교라고 비판하는 여론이 드높았고 박정희 정권은 군대를 동원해 반대 운동을 간신히 진압했다. 일본의 혁신 진영은 한반도의 분단을 기정사실화하고 아시아에서 냉전체제를 공고하게 만드는 미일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계기라는 명분을 내세워 한일 국교 정상화를 반대했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국교가 정상화 된지 50년이 지나는 동안 한일관계는 우여곡절이 많았고 지금도 험악하다.  양국 정상은 냉랭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조인 기념일을 맞아 상대국의 대사관을 찾는 이벤트를 만들었다.    

간략하게 한일관계를 돌이켜보면 아무리 심각한 정치적 갈등이 벌어져도 냉전체제 하에서 반공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양국은 파국으로 가는 행동을 서로 자제했다.  사회, 경제, 문화적 교류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1973년 8월에 한국 중앙정보부가 저지른 김대중 납치 사건으로 주권을 침해당한 일본의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었지만 정부 간 교섭으로 수습되었다. 1974년 8월 15일에는 재일동포 문세광이 육영수 여사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몇 달 동안 관제 반일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하자 민주화운동의 강력한 도전으로 위기에 처했던 박정희 정권은 항의 소동을 적당히 끝냈다. 이러한 와중에도 한국은 기술과 지식의 수입을 촉진한다는 실용적 명분을 내세워 일본어 교육을 고교 수준으로 확대하였다. 반면에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일본 여성들이 한류 스타에 환호하고 한국의 청소년들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게임, 패션을 즐기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와 양국의 사회 불안은 상업적 민족주의를 고취시키고 있다. 한국을 반공전선의 동지로 존중할 필요가 없어진 일본에서는 재특회가 재일동포를 몰아내자고 소동을 벌이고 있다. 독도와 과거사 문제 때문에 서울에서는 일본대사관으로 애국 시민이 트럭을 몰고 돌진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국제회의 석상에서 양국의 정상이 외면하고 있는 사진이 화제에 올랐다. 양국의 정치권은 얄팍한 민족 감정을 이용해 인기를 관리하고 있다.        

현재 한일 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양국 정상이 돌발 이벤트라도 하나 만들어 악수하는 사진만 찍으면 해결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는 않다. 한반도만 남겨 놓고 냉전은 끝났지만 동북아의 국제 정세는 복잡하다. 1965년에는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한일 양국 모두 생산 설비의 상당한 부분을 중국으로 이전해 놓았고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아직도 경제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서로 상대방을 중시해야 하는 동반자 관계이며 양국에게 미국은 여전히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은 공산당의 침략이 아니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동맹체제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북한의 위협을 내세우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완성하려면 한일 군사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민족 감정 때문에 이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고 일본도 아직까지는 뚜렷한 명분이 없는 상태에서 전후의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면 시민사회의 엄청난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만일 한국이 미국의 의향대로 일본과 안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일본의 입장에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적당한 수준에서 사과하고 약간의 금전적 배상을 하며 넘어갈 수 있다. 반면에 한국의 집권층은 중국발 후환이 두렵고 국내에서도 강력한 반발이 일어날 것은 확실하니  선뜻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한국이 지나치게 친중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 규모가 커진 한국의 새로운 위상을 선뜻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도 섞여 있다.

한일관계를 동북아라는 큰 틀에서 생각하면 일본의 보수화를 탓하기 이전에 한국이 국제적 위상과 진로에 대해 명확한 자기 입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한국 편을 들지 않고 일본과 억지로 화해시킨다고 투덜거릴 필요가 없다. 누구를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하는가라는 사회적 토론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인권 보장, 동북아의 평화 체제 구축, 국제 협력에 의한 환경 개선과 같은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실천을 뒤로 제키고  국익으로 포장된 정재계의 단기 이익을 우선하는 대외 정책은 진정한 한일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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