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칼럼> 노인기초연금과 정치 업그레이드 / 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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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동사연구소 작성일15-02-16 16:35 조회2,48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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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노인기초연금과 정치 업그레이드 (2013년 9월 30일 [내일신문])
이 종 구 (성공회대 교수 사회학)
정부는 모든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기초연금 월 20만원을 지급한다는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을 지킬 수 없다고 털어 놓았다. 지급 대상과 금액을 축소하는 수정안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을 달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사과했다. 그러나 공약을 파기하고 노인 복지를 외면한다는 비판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더위 속에서 장기 노숙하며 장외 투쟁을 하다 빈손으로 여의도에 돌아 온 민주당은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화끈한 활동 주제를 찾던 시민운동 단체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율은 내려가고 있다.
현재 정부의 수정안은 소득이 상위 30% 이하인 약 391만명의 노인을 기초연금 지급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노인 단독가구는 월 83만원, 노인 부부가구는 월 132만8000원 이하의 소득 수준이면 수급 자격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국민연금에 11년 이상 가입한 노인의 기초연금은 19만원이 되며 이후에도 가입 기간이 길수록 1년에 1만원씩 줄어든다. 20년 이상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한 수급 자격자는 일률적으로 월 10만원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수정안의 문제점이다.
더구나 현재 38만명인 감액 대상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지금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납입하고 있는 청장년층은 노인이 되었을 때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우를 받는다. 더구나 이들은 소득이 파악되어 있으므로 건강보험료와 각종 세금도 정직하게 납부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히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으므로 당선자가 선거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대충 넘어갔다. 여야를 막론하고 온갖 그럴듯하고 좋은 얘기를 모아 후보도 모르는 공약을 발표하고 있었다.
정부여당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져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최근의 기초연금 논쟁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답답해하고 있는 노후 대책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첨예한 쟁점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정부 여당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더욱 사태를 꼬이게 만드는 것은 관변 인사의 가벼운 언동이다. 국민연금과 관련된 정부 기구의 전직 위원장이 했다는 "65세가 돼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면 인생을 잘못 사신 겁니다"라는 발언은 겨우 한달에 10~20만원밖에 되지 않는 돈을 가지고 치사하게 따지지 말라는 뜻으로 들린다. 요즘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2%~3% 수준이므로 월 20만원의 이자 소득을 확보하려면 개인이 1억원 정도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판단해 웬만한 중산층 가정에서도 힘든 일이다.
경제활동에서 물러난 노인에게 기초연금은 실질적으로 큰 돈이다. 세금에서 기초연금을 지급하니까 국민연금 가입자는 손해 볼 일이 없다는 청와대의 해명성 발표도 듣는 사람의 속을 뒤집어 놓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대선 공약의 이행은 정치인의 능력과 의지에 관한 문제이다. 기초연금 이외에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여당의 대선 공약은 수두룩하다. 새누리당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내걸고 표를 모아 집권한 것이 국민을 속인 사기 행위라면 해법도 간단하다. 지방선거, 총선, 대선에서 유권자가 표로 심판하면 된다.
이념이나 지역에서 탈피, 생활정치로
진짜 심각한 일은 평범한 시민이 보기에 허위 과장 광고를 일삼는 보수 집권당의 대안이 될 수 있을 만큼 정직성과 능력을 갖춘 정치세력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만이 아니라 시민운동 진영이나 진보정당도 현실을 직시하고 발상과 체질을 전환하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기초연금 파동은 긍정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다. 사회복지와 연금이 핵심적인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시민의 권리의식과 정치의식이 고도화되고 있으므로 한국 정치권도 비생산적인 이념 논쟁이나 지역 갈등에서 탈피해 생활정치로 업그레이드 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회는 기초연금 논쟁으로 촉발된 사회복지 정책의 방향과 비용 분담의 문제를 적당히 얼버무릴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분석하고 실행 가능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사회통합이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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