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 고용불안과 하토야마정권의 고민 / 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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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동사연구소 작성일13-05-28 15:34 조회2,13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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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고용불안과 하토야마정권의 고민 (2010년 2월 22일 [내일신문])
이 종 구 (성공회대 교수·사회학)
갑자기 2월 초에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가하게 되었다. 덕분에 설 직전의 1주일 동안 틈 날 때마다 혼자서 자유롭게 일본 사회를 관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5년 만에 해보는 소규모 현지조사였지만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앞날에 대해 불안하고 자신이 없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인터뷰하면서 들은 얘기를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일본 각계의 여론 지도자들이 느끼는 불안의 가장 중요한 근원은 중국이었다.
일본과 중국의 경제적 결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미일동맹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에 세계 최고의 일본이라는 미국인들의 칭찬을 들으며 흐뭇해하던 호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평범한 시민이 하토야마 정권에 바라는 것이 파견노동자 사용규제, 청년실업 대책, 의료보험증 없는 빈곤층 대책 등이니 일본사회가 엄청나게 달라졌다.
도쿄의 오타구 일대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금속기계 분야의 중소기업 단지가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는 생산 설비가 중국으로 이전되어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불황까지 겹쳐 신경이 날카로와진 업주들이 텔레비전 방송 취재도 거부하고 있었다.
고도성장기에는 설계도로 종이 비행기를 접어 지붕위에서 날리기만 해도 기계가 만들어져 나온다던 이 지역의 공장 수는 10년 동안 절반으로 줄었다. 건물 임대료를 낼 수 없어 폐업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업주는 공장을 헐고 아파트나 상가를 짓기 시작했다.
고용불안의 일차적 원인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일본의 기준에서 보면 중국은 인건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중국이나 인도의 기업과 일본 기업이 가격으로는 경쟁이 될 수 없었다.
하청업체 종업원 등 해고 위험
물론 첨단산업 분야에서 일본은 여전히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대기업의 노사는 해외에서 벌어 국내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해법이라며 느긋해 하고 있다.
그러나 임금을 중국이나 인도 수준으로 내릴 수도 없는 일이고 고용 규모의 절대량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니 하청업체 종업원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해고의 위험이 전가되는 것은 당연하다. 즉, 대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무역흑자는 유지되고 있지만 사회적 격차가 확대되었다.
독거노인이 죽은 뒤 한참 지나 발견되는 고독사나 실업자가 길거리에서 무차별 살상을 저지르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누적되는 것이다. 일본의 사례는 제조업 강국에서 제조업의 공동화가 진행될 때 발생하는 마찰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일본의 해법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 지자체 노동단체 업계단체는 일본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숙련공이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고도의 기능을 젊은 세대에게 전승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아무리 자동화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남아 있으며, 기업 조직 내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혜가 녹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사람과 조직 속에 내재하는 암묵적 지식이야말로 후발국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장인적 숙련, 정보통신 기술, 경영 감각을 갖춘 신세대 생산직 노동자를 양성하여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자는 발상이다. 즉, 저임 지역으로 이전되는 대량생산형 제조업이 남긴 빈자리를 질적으로 고도화된 새로운 제조업으로 대체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숙련공 고도기능 전승에 총력
여기에 진짜 중요한 문제가 있다. 젊은이들이 안심하고 제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사회가 직업 안정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채용과 해고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일이다.
또한 재원 확보의 문제가 발생한다. 토목사업을 줄이거나 방위비를 감축하려면 엄청난 파동을 감당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업훈련 강화나 중소기업 지원의 수준을 넘어서는 사회제도 개혁이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주체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만연되어 있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의 사회당, 자민당 소장파, 시민운동의 혼성팀인 하토야마 정권의 고민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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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 구 (성공회대 교수·사회학)
갑자기 2월 초에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가하게 되었다. 덕분에 설 직전의 1주일 동안 틈 날 때마다 혼자서 자유롭게 일본 사회를 관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5년 만에 해보는 소규모 현지조사였지만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앞날에 대해 불안하고 자신이 없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인터뷰하면서 들은 얘기를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일본 각계의 여론 지도자들이 느끼는 불안의 가장 중요한 근원은 중국이었다.
일본과 중국의 경제적 결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미일동맹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에 세계 최고의 일본이라는 미국인들의 칭찬을 들으며 흐뭇해하던 호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평범한 시민이 하토야마 정권에 바라는 것이 파견노동자 사용규제, 청년실업 대책, 의료보험증 없는 빈곤층 대책 등이니 일본사회가 엄청나게 달라졌다.
도쿄의 오타구 일대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금속기계 분야의 중소기업 단지가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는 생산 설비가 중국으로 이전되어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불황까지 겹쳐 신경이 날카로와진 업주들이 텔레비전 방송 취재도 거부하고 있었다.
고도성장기에는 설계도로 종이 비행기를 접어 지붕위에서 날리기만 해도 기계가 만들어져 나온다던 이 지역의 공장 수는 10년 동안 절반으로 줄었다. 건물 임대료를 낼 수 없어 폐업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업주는 공장을 헐고 아파트나 상가를 짓기 시작했다.
고용불안의 일차적 원인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일본의 기준에서 보면 중국은 인건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중국이나 인도의 기업과 일본 기업이 가격으로는 경쟁이 될 수 없었다.
하청업체 종업원 등 해고 위험
물론 첨단산업 분야에서 일본은 여전히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대기업의 노사는 해외에서 벌어 국내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해법이라며 느긋해 하고 있다.
그러나 임금을 중국이나 인도 수준으로 내릴 수도 없는 일이고 고용 규모의 절대량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니 하청업체 종업원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해고의 위험이 전가되는 것은 당연하다. 즉, 대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무역흑자는 유지되고 있지만 사회적 격차가 확대되었다.
독거노인이 죽은 뒤 한참 지나 발견되는 고독사나 실업자가 길거리에서 무차별 살상을 저지르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누적되는 것이다. 일본의 사례는 제조업 강국에서 제조업의 공동화가 진행될 때 발생하는 마찰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일본의 해법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 지자체 노동단체 업계단체는 일본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숙련공이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고도의 기능을 젊은 세대에게 전승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아무리 자동화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남아 있으며, 기업 조직 내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혜가 녹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사람과 조직 속에 내재하는 암묵적 지식이야말로 후발국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장인적 숙련, 정보통신 기술, 경영 감각을 갖춘 신세대 생산직 노동자를 양성하여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자는 발상이다. 즉, 저임 지역으로 이전되는 대량생산형 제조업이 남긴 빈자리를 질적으로 고도화된 새로운 제조업으로 대체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숙련공 고도기능 전승에 총력
여기에 진짜 중요한 문제가 있다. 젊은이들이 안심하고 제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사회가 직업 안정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채용과 해고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일이다.
또한 재원 확보의 문제가 발생한다. 토목사업을 줄이거나 방위비를 감축하려면 엄청난 파동을 감당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업훈련 강화나 중소기업 지원의 수준을 넘어서는 사회제도 개혁이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주체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만연되어 있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의 사회당, 자민당 소장파, 시민운동의 혼성팀인 하토야마 정권의 고민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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